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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관계자가 의정부시청 앞에서 김문원 시장의 해외골프를 비판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측근 건설업자 특혜 논란까지 부추겨…안이한 상황인식 심각
김문원 의정부시장이 골프를 즐긴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일흔을 코 앞에 둔 김문원 시장이 노익장을 과시하는 비결도 어쩌면 골프에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 김 시장이 자기 돈으로 짬을 내서 골프를 치는 것까지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시민들이 피 땀 흘려 납부한 세금으로, 그것도 해외에 나가 이른바 접대성 원정골프를 즐겼다면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흐를 수 밖에 없다. 확인된 것만 두 번. 덤으로 김 시장은 시가 주최한 장애인 행사도 불참하면서까지 골프를 즐겼다.
업자들과 필리핀에서 이틀이나2009년 6월15일. 김 시장은 경기불황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필리핀 다바오시와 우호교류를 검토해보자는 취지의 의향서에 서명한다는 명분으로 안계철 의정부시의회 의장 등 무려 21명을 이끌고 5박6일 일정의 관광성 외유에 나섰다.
일정이라고 해봐야 6월15일 마닐라 하이야트 호텔 도착, 16일 다바오시 도착 및 환영만찬, 17일 양시간 우호교류 협력방안 협의 및 의향서 서명, 주요시설 견학 및 답례만찬, 18일 관광명소 견학, 19일 자유일정, 20일 인천공항 도착 등이었다.
한 술 더떠 김 시장은 일행 중 측근으로 알려진 관내 건설업자 4명과 양주시 건설업자, 심지어는 농협중앙회 의정부·양주지부장과 일간지 기자까지 합류시켜 8명이 18일과 19일 이틀이나 골프를 쳤다. 이 때문에 우호교류를 빙자한 원정골프, 로비·접대성 골프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 시장이 골프를 치자 나머지 일행은 할 일이 없어 해수욕을 했다. 김 시장 일행의 1인당 필리핀 체류비용은 200여만원 꼴이었다. 시민혈세가 허투루 낭비된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김 시장의 안이한 상황인식이다. 필리핀 골프 파문과 관련해 김 시장은 ‘김문원 시장 해외골프 진상규명 및 혈세환수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8월21일 오후 2시 시장실에서 면담을 가졌으나 사과 한마디 없이 “이해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시장은 이날 ‘의정부를 대표하는 얼굴이고 수장으로서 해외에 나가 골프를 친 일에 대해 시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경비를 반환하라’는 요구에 “공식업무 중 피치 못하게 일어난 일이므로 이해해달라”고만 했다. 도덕적 잣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일본 시바다시에 가서도
김 시장의 골프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시장은 2008년 4월 3박4일 일정으로 우호도시인 일본 시바다시에 갔다. 방문 목적은 의정부시와 시바다시 상공인들로 구성된 우호협회가 4월29일 우호교류협정을 체결하는 것이었다.
협정식에는 김한주(정아산업 대표) 의정부시 우호협회장 등 의정부 상공인 20여명과 타구로 히테토 시바다시 우호협회장 등 시바다 상공인 30여명, 김 시장, 가타야마 시바다시장, 양쪽 시의회 대표, 니이가타 주재 김충경 한국총영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 시장은 일본 체류 와중에도 일행들과 골프를 즐겼다. 우호협회는 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고문으로 되어 있으며, 김한주 우호협회장은 김 시장 필리핀 방문 때도 동행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필리핀 방문과는 달리 일본 방문은 민간행사여서 골프 친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며 “시장의 일본 방문비용은 시 예산으로 사용했지만, 골프 비용은 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장애인행사도 골프 때문에 불참
김 시장은 또 시가 예산을 들여 주최한 장애인 행사는 불참하고 당일 골프장에 간 사실이 밝혀져 도덕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의정부시는 2007년 4월21일 지역사회복지협의체와 함께 장애인 사회인식개선 캠페인(세상속으로 함께 가는거야)을 개최했다. 일반시민들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며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각종 장애관련 기관들의 특색 있는 체험코너를 통해 장애인의 삶을 공감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 행사를 위해 시는 예산 400만원을 지원했다. 행사에는 장애인, 학생, 보호자, 자원봉사자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김 시장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김호득 생활복지국장에게 기념사를 대독시키고 본인은 골프장에 갔다. 김호득 국장은 “4월초에 갑자기 잡힌 행사여서, 김 시장이 개인 사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사유는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충선 시장 비서실장은 누구와 골프회동을 했는지, 비용은 누가 계산했는지, 어느 골프장에 갔는지 등에는 답변을 피한 채 “사전에 골프예약이 되어 있었다”고만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장애인단체 한 관계자는 “김 시장이 매번 장애인 행사는 무시하고 있다”면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의정부시가 김 시장의 필리핀 체류일정, 일행 명단, 비용 등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시민혈세를 반환하지 않는 등 도덕적 상황인식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주민감사청구와 주민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서민들도 김 시장의 잇딴 해외골프 파문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가능동 한 주민은 “우리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시장이라는 양반이 해도 너무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도덕적 기반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