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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설 산업은 중대재해 감축과 안전문화 확산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소규모 건설 현장’이다.
전체 건설 현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들 현장은 인력·예산·시간 모두 부족한 경우가 많아, 안전관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로서 현장을 방문하여 느낀 점은 많은 현장에서 위험성 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아예 실시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위험성 평가는 단순한 문서 작업이 아니라, 실제 작업환경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사전에 제거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핵심 절차이다. 그러나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는 안전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사업주와 작업자가 위험성 평가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한 소규모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 발생률이 중대형 현장보다 높으며, 사망 사고 비율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위험성 평가 의무화’를 확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과 50억 미만 소규모 공사 현장에서는 ‘실효성 있는 위험성 평가’를 하기 위한 교육, 기술, 시간 모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 결과 서류상의 위험성 평가가 존재하더라도 실제로 위험이 제거되지 않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형식적인 안전관리가 이루어지기 쉽다.
최근 발생한 사고 사례(2025년 4월26일)를 보면, 경기도 고양시의 하수관로 정비공사 현장에서 관로 매설 작업 중 토사 붕괴로 인해 매몰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현장은 공사금액이 3억원 이하인 소규모 현장이었으며, 별도의 안전관리자 없이 작업이 진행됐다. 사고 이후 조사 결과, 경사면 기울기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고, 흙막이 지보공을 설치하는 등의 작업 전 위험성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이처럼 소규모 건설 현장은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형 건설 현장에서는 법적 의무에 따라 체계적인 위험성 평가가 실시되고 안전관리 인력이 상주하는 반면,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현장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건설 현장에서 위험성 평가란 무엇인가? 위험성 평가는 작업 전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이를 제거하거나 감소 조치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간단히 말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미리 생각하고, ‘그 일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예상치 못한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어느 5층 건물의 외벽 보수공사 현장에서 고소 작업대를 사용하는 작업이 있었다. 해당 현장은 소규모였으며 별도의 안전관리자 없이 현장소장과 작업자 몇 명만 있었다. 위험성 평가 없이 작업을 진행하던 중 강풍으로 작업대가 흔들리며 한 작업자가 중심을 잃고 구조물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만약 사전에 강풍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고, 작업대의 고정 여부를 점검한 후 작업 일정을 조정하거나 추가적인 고정 장치를 설치했다면 이러한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규모 건설 현장이라고 해서 그 구조가 단순한 것은 아니다. 공사는 늘 협소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자재 적재, 차량 진출입, 인근 주민과의 충돌 등 다양한 위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오히려 제한된 공간과 최소한의 인력 속에서 더욱 정밀하고 철저한 위험성 평가가 필요하다.
‘작은 공사’일 수 있지만 결코 ‘작은 위험’은 아니다. 위험성 평가는 단순히 서류를 위한 절차가 아닌,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실질적 예방 수단이다. 따라서 현장 중심의 실천적인 접근을 통해 소규모 현장에서도 ‘작지만 안전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의 중요한 역할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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