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문밖에 어머니가 서 계신다. 그러나 나는 한번도 어머니께 문을 열어드리지 못했다. 어머니의 몸을 찢고 나온 뒤로 어머니는 줄곧 내 문밖에 계셨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멀리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자궁 속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실이 꿰어진 바늘 끝이 헝겊을 뚫고 나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처럼, 헝겊의 이편과 저편 사이에 가로놓인 심연을 어떻게 건널 수 있을까.(나희덕 산문집 ‘반통의 물’ 중에서)
-이광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