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신군부 독재 몸통’ 하나회를 척결하며 90%대 지지율 고공행진을 구가하던 전직 대통령. 그러나 ‘등산화’로 상징되던 상도동계 인물 위주로 중용해 인사(人事)가 망사(亡史)가 됐다. 결국 그 정권은 대한민국을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갔다.
조선도 마찬가지다. 세도정치는 세습 채용의 ‘조선 버전’이다. 안동 김씨 정권은 100% 가족회사였다. 안동 김씨가 근간이 되고 매관매직으로 곁가지를 뻗었다. 대원군이 잠시 탕평을 이뤘지만 ‘사악한 공처가’ 고종이 마누라 민비 치마폭에 빠져 민씨 천하를 열어줬다.
새로운 가족회사가 창업한 셈이다. 백성의 고혈을 쥐어짜서 민씨 가족회사는 번창했다. 임오군란 때 성난 군중이 그들의 집을 태우니 재물과 고기, 곡식이 한 줌의 재로 변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결국 민씨 가족회사는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는 숙주가 됐다.
선관위가 가족회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헌재는 ‘가족회사 의혹 몸통’인 선관위의 독립성을 존중(?)해 감사원의 감사권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설마 헌재가 인사가 망사가 된 조선을 잊은 것은 절대로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선은 유령처럼 불쑥 나타날 수 있다. 불쾌한 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