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2025.06.16 (월)
 
Home > 칼럼 > 하하 오혜열의 웃음이야기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
  2025-02-04 09:44:32 입력

2008년 12월 연합뉴스에 실린 기사에 의하면 뉴질랜드에 사는 79세 할머니가 쓰러졌다. 급히 심폐소생술을 하려고 가슴을 풀어헤치자 문신 하나가 눈에 띄었다. “쓰러져도 나를 살리지 말라.” 자신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심폐소생술을 하지 말라는 문구였다.

이 할머니는 구급대원이 잘 알아보도록 문장 전체를 문신으로 새겼고, 앞으로 쓰러졌을 경우 가슴의 문신을 못 볼 가능성이 있으므로 어깨 뒤편에 “앞으로 뒤집어 보시오”라는 문신까지 새겨 놓았다고 한다. 사전의료 의향서에 자신의 의사를 미리 밝혀 놓았어도 막상 심장질환이나 뇌졸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면 의료진이 무작정 심폐소생술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렇게 세심하게 준비해 놓았던 것이다.

오래전 집에서 임종을 맞아야 했던 시절에는 가족이나 친척 또는 마을공동체 일원의 죽음을 접하며 임종의 증상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으나 요즈음 같이 핵가족화되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시대에는 임종의 신호, 증상 등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저 “운명하셨습니다”라는 의사의 통보 한마디만 있을 뿐이다. 

임종의 증상은 어떠할까? 임종이 가까워지면 소변 배출량이 급격히 변화하고 호흡에도 변화가 생긴다. 가래 끓는 소리가 나며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푸른색과 자줏빛 반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떨림이나 발작, 근육경련, 정신착란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 깊은 잠에 빠진 듯 혼수상태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 상태에서는 피부에 강한 자극을 주어도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이렇듯 임종의 징조가 뚜렷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를 어떻게든 치료할 의무가 있고 잘못하면 살인방조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뇌 MRI 같은 각종 정밀검사나 방어적 주사약을 투여하려 할 것이다. 이럴 때 환자 가족이 임종 시 증상을 미리 알고 있다면 불필요한 검사나 처치를 중단시키고 환자에게 고통만 더하는 불찰을 범하지 않도록 의사와 의논할 수 있을 것이다.

멀쩡히 걸어가다 쓰러지거나 물에 빠져 갑자기 숨을 쉬지 않고 멎었다면 서둘러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말기암 환자의 심장박동이 멎었을 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은 편안하고도 존엄한 죽음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임종의 시기가 멀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때로 가진 것이 장애가 될 때가 있다. 더 많은 돈으로 더 많은 치료와 희망에 의존하게 만들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몸에 더 많은 공격을 가하게 된다. 많은 돈은 더 큰 가능성과 희망으로 가족들을 이끌지만 잔인하게도 이 전쟁의 패자는 희망이고 보호자들과 환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오랫동안 연명하며 환자로서 생을 마감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고귀함을 유지한 채 자기 자신으로 생을 정리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환자 자신에게도 중요하고 환자 가족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환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임종 순간까지도 과도한 영양제를 투여하고 의료적 비상수단을 총동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결과적으로 욕심이며 임종하는 환자들을 힘들게 할 뿐이다.

누구든 잠자듯 편안하게 가기를 바라지만 임종의 순간까지 영양 상태가 좋으면 임종하는 시간이 아주 길어지기 때문에 떠나는 환자에게는 필요 없는 고통의 시간을 연장시켜 주는 결과가 된다. 영혼은 떠날 준비를 하고 이별 인사를 하는데 남아있는 가족들이 육신을 꽉 붙들고 있다면 떠나는 사람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일까?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평생에 소요되는 의료비 중 마지막 한 달 동안 가장 많은 의료비를 지출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 생애에 쓰는 치료비의 약 3분의 2를 마지막 6개월 동안 쓴다고 한다. 임종이 다가올수록 불안과 두려움이 커지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쏟아붓듯 치료를 한다는 얘기다.

환자는 이미 심신이 미약한 상태라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고 보호자는 불안감과 미안함으로 무리가 가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환자와 보호자는 스스로 선택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의료진에게 맡기게 된다. 이 때 의료진은 보다 인간적이고 환자 중심의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게 될 확률이 매우 낮아진다.

의료인은 의료인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발동해서 병원에 있는 한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치료를 받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큰 고통을 겪게 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짐을 지워주는 결과가 된다. 더 불행한 일은 환자 자신이 한 생명으로서 삶을 마무리할 시간을 잃게 만드는 불행한 일을 겪게 하는 것이다.

죽음과 삶에 대해 평생 동안 연구하고 일본에서 교수 겸 가톨릭 신부로서 죽음 문화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온 알폰스 데켄(Alfons Deeken)은 환자에게 임종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이유를 그의 저서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에서 네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기본적 인권 차원에서 자기 병의 상태를 알 권리가 있고 둘째, 병의 정확한 정보를 아는 것이 가족과의 신뢰 유지에 필수적이며 셋째, 병에 대한 의혹이 계속되는 것은 좋지 않고 넷째,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충실하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2008년 영국 정부는 ‘생애말기치료전략(The End of Life Care Strategy)’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고령화는 심각해지는데 죽음에 대한 사회적 준비가 부족함을 인식하고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여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 보고서에서 언급된 ‘좋은 죽음(Good Death)’으로 꼽은 항목은 네 가지였다.

첫째, 익숙한 환경에서 죽음을 맞는다. 둘째,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임종을 맞는다. 셋째, 가족과 친구와 함께 삶을 정리한다. 넷째, 고통 없이 죽음의 장벽을 넘는다.

영국 정부는 2009년부터 보고서를 근거로 ‘생애말기치료프로그램’을 가동했고 민간단체들도 합세하였다. 그리고 매년 5월 ‘죽음알림주간(Dying Matters Awareness Week)’을 제정하여 거리낌 없이 생의 마지막에 대해 이야기하고 직시하는 사회 풍조를 환기시켜 ‘잘 살고 잘 죽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해야 한다. 이젠 우리 사회가 죽음을 회피하지 말고 죽음에 대한 대화와 교육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각자의 죽음관을 확립한다면 세상을 떠나는 사람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 친지로서 순리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죽음의 순간까지도 웃을 수 있다면 그는 성공한 인생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하하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일단 웃자> 저자

2025-02-04 09:51:19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경기북부시민신문 님의 다른기사 보기
TOP
 
나도 한마디 (욕설, 비방 글은 경고 없이 바로 삭제됩니다.) 전체보기 |1
이름 제목 조회 추천 작성일
현대1차 그래도여~~~ 73 9/7 02-04 22:08

한마디쓰기 이름 패스워드  
평 가









제 목
내 용
0 / 300byte
(한글150자)
 
 
 
 
 
 
감동양주골 쌀 CF
 
민복진 미술관 개관
 
2024 양주시 도시브랜드 홍보영상
 의정부시의회, 신곡동제1공영주
 의정부시의회 조세일 의원, “시
 양주시, ‘제19회 양주예술제’
 양주시, 오는 28일 ‘사회적경제
 강수현 양주시장, ‘미래교육도
 의정부도시공사, 공동판매처 대
 경기도의회 이영주 의원, 지하철
 (해명자료)경기도교육청은 경기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열린수장
 경기도의회 김민호 의원, “행정
 김정영 경기도의원, ‘도봉산~옥
 산림청, 2025년 지자체 합동평가
 의정부시, ‘현충탑 메모리얼 파
 서정대 박진혁 교수, 국회언론인
 서정대학교, “ 지역혁신중심 대
 양주시, ‘2025년 경기패션창작
 양주시, ‘동북부 공공병원’ 건
 경기도의회 이영봉의원, “공공
 의정부소방서, 한국119청소년단
 양주시, ‘제8회 회암사지 왕실
 내 삶을 바꾸는 ‘의정부 하루여
 비극적 사랑의 서사, 오페라 ‘
 김민호 도의원, 양주 봉암초 ‘
 경기도교육청, 2025년도 제2회
 제11대 경기도의회 후반기 자치
 경기도, ‘경기 동북부 공공병원
 경기도의회, 도민과의 소통 위한
 안기영 “양주 민주당, 고소 고
 임태희 교육감, “미래 세대가
 양주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
 
김성원 의원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 출마”
 
회천농협, 2025년 상반기 ‘농·축협 윤리경영대상’ 수상
 
“UBC 사업, 시민 공론장에 올려야 합니다”
 
이계옥 의원 “UBC 용역비 8억, 민생예산으로 돌려라”
 
김지호 의원 “북부 최초 의정부 프로축구단 설립하자”
 
서정대 박진혁 교수, 국회언론인연대 경기북부본부장에
 
바이러스가 살기 좋은 곳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자진퇴사와 실업급여
 
뇌 에너지 결핍: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부전
 
산업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안전은 모두의 책임!
 
한전MCS㈜ 동두천지점, 노인복지관 배식 봉사
 
 
 
 
 
 
 
 
 
 
 
 
 
 
섬유종합지원센터
 
 
 
신문등록번호 : 경기.,아51959 | 등록연월일 : 2018년 9월13일
주소 : (11676) 경기도 의정부시 신촌로17번길 29-23(가능동) 문의전화 : 031-871-2581
팩스 : 031-838-2580 | 발행·편집인 : 유종규│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수연 | 관리자메일 : hotnews24@paran.com
Copyright(C) 경기북부시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