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1월이 왔다. 완연한 가을이 되고 햇빛은 다시 우리와 멀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을 수능철, 입시철이라고 한다. 매년 이맘때 고생하는 대학입시 수험생이 떠오른다. 혹자는 가래떡, 또는 막대과자를 이야기하며 11월의 상징을 두고 티격태격한다. 그러나 겉은 달라도 내용은 사실 같다. 나와 내 이웃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시기라는 점이 11월의 의미를 더욱 두텁게 한다.
하지만 11월 11일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세계 각지에서 전혀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의 삶을 위해 사지로 뛰어든 사람들을 추모하는 중요한 날이다. 6.25 전쟁에서 우리를 위해 산화한 수많은 참전용사를 기억하며,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돌아서서(Turn Toward Busan)” 이날 11시에 1분간 묵념을 한다.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다.
이 기념일은 참전용사 한 분의 말씀에서 시작되었다. 캐나다의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Vincent Courtenay)’가 이 추모 행사를 제안했고 점차 그 격이 격상되며, 국가보훈부가 매년 11월 11일 추모 기념식을 열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해서, 벌써 18년이 된 뿌리 깊은 행사다. 기념 장소가 부산 유엔기념공원인 이유 또한 중요하다. 부산은 전쟁 당시 임시 수도로서, 침략자의 맹공을 막아내는 최후의 보루였고, 그리고 이 공원에 2,309분의 전몰 용사께서 쉬고 계시기 때문이다. 국가, 종교, 문화, 민족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해방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나라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래서 11월 11일 11시에 참전국 시민들이 ‘부산을 향해서’ 묵념을 올린다.
사실 11월 11일 11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일시다. 1차대전은 앞으로의 전쟁이 이전과 완전히 다를 것임을 처음 보여준 끔찍한 대전쟁(The Great War)이다. 1914년부터 유럽은 총력전과 장기전, 그 어떤 진전도 기대할 수 없는 참호전으로 바스러졌다. 그래서 유럽 시민들은 매년 11월 11일 11시에 2차례 큰 전쟁으로 희생된 전몰 용사를 위해 묵념한다. 이 숭고한 뜻은 점차 모든 전쟁으로 퍼졌고,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치러지는 “Turn Toward Busan” 행사 또한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수많은 선열을 기린다.
11월 11일 11시, 1분간 묵념. 숫자 1이 참 많다. 그러나 이 1은 낱개를 의미하지 않는다. 부정과 침략, 참화에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단결한 자유의지로서 하나다. 국가보훈부의 슬로건, 『모두의 보훈』도 이 ‘하나’를 향한다. 국가보훈부와 경기북부보훈지청의 모든 직원은 이 뜻을 잊지 않고, 보훈 대상자 여러분을 매번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