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속 숫자에 불과했던 8월15일이 ‘빛을 되찾다’의 의미를 가지게 된 날이 바로 광복절이다. 요즘은 ‘광복절’을 ‘공휴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 ‘회사를 쉬는 날’, ‘집에서 푹 쉬는 날’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광복절에 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하고, 간혹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치기라도 하면 속상해하며 투덜거리곤 한다.
광복절이 지금은 이렇게 일상적으로 지나가는 날이 되어버렸지만 64년 전 당시의 우리나라와 선조들의 생활을 잠깐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이렇듯 가볍게 넘겨도 되는 날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많은 작가들이 그들의 작품에서 다뤄온 부분이 일제 강점기이고, 많은 영화에서도 이 시대를 그렸다. 수많은 논문들과 역사자료를 갖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만큼 일제 강점기를 거쳐 광복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민족정신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시대이면서 일제 강점기를 시점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 문화 등 많은 분야들이 변화를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 피해자 배상과 일본군 위안부에 관련된 일들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흔히 우리는 ‘광복’을 통해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그 시대의 상처로 하루하루 힘들게 살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광복절’을 ‘공휴일’로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과거의 기억과 역사는 살아가는 이의 마음과 머리 속에 남아 있어야 그 기억과 역사가 살아 숨쉰다고 했다.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쉽게 잊고 오직 앞만 바라보며 살아간다면, 우리 스스로 과거를 땅에 묻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직접 그 시대를 겪지 못한 세대이다. 단순한 지식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며, 부끄럽게도 가끔씩 잊고 살아갈 때가 많다.
하지만 많은 글들과 사진들을 보면서 짧은 순간이나마 어렴풋이 상상해보곤 한다. 또 전쟁의 피해자로 지금까지 살아오신 분들을 마주치며 여러 가지 느낄 때가 많다. 우리나라가 지금의 위상과 경제력을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이 있었는지를 말이다.
아직도 지구상에는 작고 큰 내전과 국가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항상 총을 손에 들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사람들도 있고, 굶주림과 생명의 위험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겪었던 아픔과 비슷한, 아니 더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저릿하다. 전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다면 줄여갈 수는 있지 않을까. 과거의 경험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다른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기를, 가슴 깊이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