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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1
  2006-06-16 14:53:00 입력
그날 재치부인의 아들이 장가가는 날이었다. 그러나 전날부터 김가다는 마누라에게 자기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안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절대로 양복을 입고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김가다가 처음 양복을 입었던 일은 결혼식을 올렸을 때 딱 한번 뿐이었다. 그때는 그래도 지금처럼 속알머리가 훤하게 헬기장이 깔려있지 않았다. 머리가 와글와글 해서 꼭 삶은 컵라면을 폭삭 엎어놓은 형상이었지만 그래도 속알머리랑 주변머리가 그런대로 감숭감숭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결혼한 얼마 뒤부터 돈도 제대로 벌어오지 못해 처자식 눈치보느라, 극성스런 어머니 성질 맞추느라 슬금슬금 올이 달아나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완전한 헬기장 꼴이 되어버렸다. 대학교 시절부터 김가다는 베레모를 즐겨 썼긴 했지만 머리숱이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하던 즈음부터 김가다는 모자수집광이 되다시피 했다. 행길을 걷다가도 마음에 드는 모자만 보이면 사지 않고는 배기질 못했다.

교회엘 가도, 점잖은 모임에 초대를 받아도, 결혼식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내로라는 정치인들이 우글거리는 모임에 초대를 받았을 때도 김가다의 행색은 그저 허름한 청바지 차림에 모자는 꼭 쓰고 다녔다. 김가다가 모자를 쓰고 다니는 이유는 꼭 머리숱이 빠진 속알머리 탓 만은 아니었다. 그냥 50평생 모자와 함께 동고동락해온 탓이다. 김가다에게 있어서 모자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아무래도 김가다가 마누라의 고집을 꺾기가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재치부인은 김가다와 40년 넘게 남자친구 이상으로 거리낌 없이 우정을 나누어온 여자친구다. 그런데 오늘 그녀의 아들(차태현)이 장가를 가는 날인데 마누라 말인즉슨 연예인들이 쏟아질 듯 밀려올테고 사회적 신분도 높은 사람들이 수두룩이 앉아 있는 결혼식장에 어떻게 당신 혼자만 괴물같은 모습으로 참석하겠느냐 이것인데 마누라의 말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뭐라고? 괴물? 아니 모자쓰고 청바지 입었다고 사람을 괴물처럼 본다 이거야?”
“글쎄 양복을 입고 가야지 아니면 나도 안갈테니 알아서 하슈.”
하긴 신랑신부는 물론 양가집 일가 친척들까지 모두 김가다의 마누라가 솜씨를 발휘해 한복을 해 입혔는데 하물며 결혼식 날에야 옷 매무새를 봐줘야 하는 건 당연하고 글쎄 어떻게 결혼식엘 안간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 이것이었다. 그렇잖아도 엊그제 재치부인에게 결혼식엘 못 갈 것 같다고 은근히 운을 떼었는데 그때 그녀는 김가다를 향해 가자미 눈을 뜨며 이렇게 쏘아붙였다.
“그래, 안오기만 해봐라 아주 그냥...”

김가다는 정말이지 양복 입고 넥타이 매는 일이 너무도 싫었다. 오죽하면 교회 갈 때마다 마누라에게 싹싹 빌기조차 했겠는가. 그래도 마누라가 절대로 양복을 입고가야 한다고 맞서는 바람에 요즘은 그 양복 때문에 툭하면 부부싸움이다. 김가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한사코 양복 입고 넥타이를 정갈하게 매고 교회에 가야한다며 뻗대는 마누라가 원망스러워 밤에도 침불안석이었고 밥맛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요즘 마누라는 갈수록 살쾡이였다.              <다음호에 계속>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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