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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
그것은 정치 조폭집단의 의회 쿠데타였다. 법을 만드는 신성한 국회의사당에서 법은 짓이겨지고 이성은 발길질 당했다. 의사당 안에는 폭력과 불법이 난무했다. 울부짖는 여성 의원은 질질 끌려 나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정치 깡패들은 허연 이빨을 드러내면서 폭력으로 동료 의원들을 제압했다.
한나라당은 법을 만든다면서 불법을 자행했다. 한나라당은 언론악법을 폭력적 방법으로 표결처리 했지만 그것은 국회법을 위반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고 세계가 비웃을 22일 국회의사당 안의 참혹한 모습이다. 이날 한나라당이 불법적 방식으로 처리한 언론악법은 당연히 원천무효다.
한나라당이 자행한 폭력적 직권상정에 의한 언론악법 처리 과정에서 국회법이 금하는 대리투표, 재투표가 자행되었다. 이 때문에 언론악법 즉 ‘족벌신문과 재벌 방송법’은 여전히 이 나라에 존재치 않는다. 대리투표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도 금하는 행위이고 재투표는 국회법의 일사부재의 조항에 저촉된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언론악법의 통과절차가 적법하다고 거짓말을 한다. 폭력과 기만의 정치집단이라 새로울 것도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진실을 가리기 이전에 언론악법은 상식과 국회법에 비춰볼 때 적법한 통과절차를 거치지 못했다.
한나라당 협상중단 선언상태에서 발동된 직권상정은 국회의장 직권남용
한나라당이 지난 8개월 동안 사력을 다 해 밀어붙인 언론악법은 여전히 법안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전국에 TV 생중계된 한나라당의 의회 쿠데타는 미수에 그쳤다. 한나라당이 언론악법 처리 방식으로 동원한 직권상정은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협상 중단을 선언한 상태에서 발동된 것으로 명백한 국회의장 직권남용이다. 직권상정은 해당 상임위에서 법안이 ‘이유 없이 심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 발동되어야 한다는 엄격한 전제조건이 있다. 언론악법에 대한 여야 협상이 더 지속될 필요가 명백한 상황에서 직권상정을 동원한 것은 국회법을 어긴 것이다.
한나라당은 의장석을 점거하고 일체의 입법절차를 생략한 상태에서 표결을 시도했다. 한나라당의 그런 모습은 의회민주주의를 원천적으로 유린하는 것이다. 언론악법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인정했듯이 민생법안도 아니고 ‘조중동과 재벌 방송법’이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 알 권리 등 기본권에 직결된 중차대한 법으로 당연히 충분한 여론수렴과 협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한나라당이 여론독과점을 초래할 언론악법에 광분한 것은 청와대와 그 지지 세력의 일방적 요구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하늘은 결코 무심치 않았다. 한나라당은 국회 표결 과정에서 치명적인 불법적 투표행위를 만천하가 주시하는 상황에서 자행했다.
입법절차 생략한 상태의 표결은 의회민주주의 유린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자행한 대리투표는 의정활동에서 범해서는 안 될 가장 중차대한 반의회적 범죄행위다. 그것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의장석 점거와 동료 야당의원에 대한 폭력 행사로 정상적인 투표가 불가능한 상황을 자초했다.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절차를 유린한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날치기 표결에서 대리투표가 행해진 것은 한나라당이 간판을 내려야 할 만큼 중차대한 과오다. 한나라당은 일부 의원의 대리투표 행위가 밝혀진 이상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적절한 조치를 해당 의원에게 취하고 언론악법의 날치기 표결을 백지화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특히 방송법에서 재투표를 실시한 것은 세계가 비웃고 조롱할 국회법 위반 행위다. 국회법에서 재투표는 표결수가 정족수보다 많을 경우에만 하는 것으로 명기되어 있다. 그런데 21세기 선진화를 주장하는 집권 한나라당이 재투표를 자행했다. 한나라당은 재투표가 잘못이 아니라고 둘러대고 있지만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인 일사부재의 조항에 정면 위배된다.
대리투표는 한나라당 간판 내려야 할 만큼 큰 과오
한나라당의 후안무치한 태도는 이승만 정권시절 부결 선언된 개헌안을 번복하여 가결시킨 ‘사사오입 개헌’과 같은 정치적 기만행위를 연상시킨다. 한나라당은 TV 생중계로 전 국민이 목격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거짓말로 우기는 것은 마치 도망치던 꿩이 대가리를 눈 속에 처박는 식이 아닌가.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법 재투표 행위, 심각성 직시해야
한나라당, 청와대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언론악법은 일단락되었으니 다음 수순으로 넘어가자는 식은 결코 국민이 납득치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기본적인 정치스타일은 충격적인 사건을 또 다른 충격적 사건으로 덮어버린다는 기만적 수법이다. 언론악법 사태는 이제 시작이다. 언론악법 저지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날치기 통과된 언론악법은 원천무효이며 정권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이미 행동에 돌입했다. 현 정권이 언론악법의 충격을 덮기 위해 쌍용자동차 사태를 비극적 방식으로 종결한다면 그것은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는 금언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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