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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비계(飛階). ‘높은 곳에서 공사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작업자들이 높은 곳에서 공사할 때 불편함을 덜어주고 조금 더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설치해 놓은 시설물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안전 시설물 위에서 ‘떨어짐’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598명(건설업 303명, 제조업 170명, 기타 125명)이며, 이 중 떨어짐으로 인한 사망자는 251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42%이고, 건설업 사망자 303명 중 무려 182명(60%)이 떨어짐에 의한 사고로 분석된 바 있다.
안전과 편리를 도모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물인데 떨어짐 사고는 왜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분석해 본 결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설치업체들의 부실시공이다. 지금까지 건설 현장의 비계를 점검해 보았을 때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54조~70조와 ‘산업안전보건공단-강관비계 안전 작업지침’에서 요구하는 규칙과 지침을 준수한 비계를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
설치업체에서는 ‘단가가 낮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단가가 높으면 성실시공을 하고 낮으면 부실시공을 한다는 말인가?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성실한 시공이 우선되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라 생각한다.
두 번째, 작업자들의 마음가짐이다. 자재를 인양한다는 이유로 비계 구조물을 임의 해체 후 원상복구 조치를 하지 않음은 물론 귀찮다는 이유로 안전 보호구(안전대, 안전모 등)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계에서 안전대를 매고 다니면 더 위험하다’라는 궤변과 ‘30년 가까이 보호장구 없이도 다치지 않고 잘 해왔다’라는 만용에 가까운 말들이 현장 지도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말인 것 같다. 순간의 편리함으로 하나뿐인 목숨과 저울질할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사라져야 할 현장 문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세 번째, 현장소장 등 관리자들의 무관심이다. 현장의 관리자라면 현장의 부실시공 여부와 작업자들의 보호장비 착용 여부 확인 등 안전 위해 요소를 발견하고 조치하는 것이 가장 큰 책임과 의무임에도 이를 간과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사고는 막을 수 없다’, ‘본인의 운명이다’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관리자도 적지 않게 보아왔다. 이 또한 개선되어야 할 현장 문화 중의 하나이다.
결론적으로 떨어짐 사고는 설치업체의 부실시공, 개인의 안전의식 부재, 관리자들의 태만 등이 더해져 만들어진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 산업재해 현황에서 보여지는 떨어짐 사고의 사망확률이 매우 높은 점을 강조하여 부실시공에 대해서 끝까지 추적해 재시공하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며 현장 관리자와 작업자들의 안전 문화에 대한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
산업 현장의 안전 문화가 정착되는 그날까지 노동안전지킴이들의 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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