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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전곡5일장엔 ‘사람’이 있었다
  2009-06-25 15:17:11 입력

꾸밈이 없다. 치열함 대신 훈훈함이 있다. 돈과 물건보다 인심이 넘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던가.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전곡5일장이 바로 그 모습이다. 시골 노파의 맨 얼굴이다. 전곡장은 4일과 9일 낀 날 열린다.

3년여 전 전곡버스터미널 인근 노상에서 열리던 장은 이제 서울에서 경기도 동두천시를 지나 강원도 철원군을 잇는 국도3호선 평화로 옆 연천군 공영주차장 부지(전곡읍 전곡리 295-71번지 일대)로 자리를 옮겼다.


▲전곡읍 구석기사거리에서 영도사거리까지 400여m 가량 길게 늘어선 전곡장.

전곡장을 시골 5일장이라고 우습게 생각했다간 우선 규모에 놀란다. 전곡 구석기사거리와 영도사거리 사이 400여m 거리에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좌판은 120여개가 족히 넘을 듯 하다. 좌판에는 곡물류, 해산물, 과일·채소류, 반찬류, 의류·신발·화장품·그릇 등 생활필수품은 물론 사육용 닭·오리·토끼, 건강식품 등 다양한 물건들이 넘쳐난다.

초여름으로 들어선 6월19일. 마침 장마가 시작됐다는 일기예보처럼, 하늘은 먹장구름이 가득했고, 가끔 끈적한 바람이 불어왔다. 한쪽에서는 맥반석 즉석구이 김을 조리하고, 해산물에서 풍기는 짠맛은 바닷가 장터를 구경온 듯 하다.


▲30년 넘게 대합 등을 팔아온 아주머니가 바지락을 손질하고 있다.

30년 넘게 대합과 꼬막, 바지락, 낙지, 오징어 등을 팔아온 62살 된 한 아주머니는 “우리 전곡장, 장사 잘되요”라며 웃는다. 손님에게 “싱싱할 수 밖에요. 오늘 다 팔고 가니, 내일은 새로 물건 받아요”라고 말한다.

파주시와 더불어 경기도 최북단에 있는 연천군은 군사분계선이 지난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흐르고 산도 많다. 면적은 695.61㎢(경기도 4위, 서울의 1.14배)인데 비해 인구는 2009년 4월 현재 1만9천354세대 4만5천383명에 불과하다. 인구밀도가 무척 낮다. 모든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그런 곳의 5일장인 전곡장에는 유난히 노인들이 눈에 많이 띈다.



텃밭에서 오이며 고추며 알뜰살뜰 키워 장에 나섰거나, 도토리를 주워 묵을 해오고, 산나물이나 오디 등을 팔려는 할머니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장을 보러 온 손님들도 노인들이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다. 1965년 개설된 전곡장이 연천군의 특성과 맞물려 오래된 고향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이 눔아, 맛이 왜 없어. 생트집 잡지 말어.”

연천읍에서 버스를 타고 장에 오디와 앵두, 가지, 풋고추를 팔러 온 남상혜(74) 할머니가 젊은 아낙에게 농담으로 호통을 친다.

“산에 있는 낭구에서 직접 따왔어요. 뽕나무는 앉아서도 따요.” 한 대접에 4천원이란다. 달다. 아낙은 낼름 두 대접을 비닐봉투에 담고, 7천원을 내민다. 500원씩 깎았다. 단골이다. 호통도 단골에 대한 정 때문이다.

남 할머니는 예전에는 연천장이나 동두천 큰시장까지 다녔는데, 이제는 바리바리 물건을 싸들고 기차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힘들어 전곡장만 가끔 나온다.


▲남상혜 할머니(왼쪽)와 김양순 할머니(일어선 이)가 단골들과 흥정을 하고 있다.

옆에 파라솔을 친 김양순(75) 할머니도 “나도 이제 전곡장만 나온다”며 “이 장사도 올해 손주 대학 보내면 올 겨울로 끝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막내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 시작한 장사인데, 벌써 그 막내딸은 서른다섯이 됐다. 20년 넘게 장을 지켰다.

김 할머니는 알타리, 배추, 우엉 등을 키워 내다 판다. 겨울에는 묵은 나물 등을 판다. 계절마다 팔 수 있는 게 다 있다. 산에서 직접 도토리를 주워 만든 묵은 일품이다. 쫀득쫀득하고 고소하다. 둥근 대접 모양으로 만든 묵 한 덩어리가 2천원.

그냥 아무 좌판 근처에 무작정 앉았다. 모든 게 느리다. 장을 보러 온 젊은 아낙들과 노인들은 느릿느릿 물건을 구경하고, 물건 구경보다는 안면 익은 장꾼들과 인사를 건네는 게 목적인양 반갑게 웃는 손님이 더 많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이 더 북적거리는 전곡장이다. 사람 사는 재미가 이런 것이겠지.





전곡장은 서울쪽 기준으로, 자동차로는 국도3호선 평화로 의정부~양주~동두천시를 지나 한탄강을 건너면 바로 찾을 수 있다. 버스는 서울 수유동에서 39번이나 39-5번, 동두천시에서 53번을 타면 된다.

특히 경원선 타는 맛으로 구경해도 좋겠다. 경원선 전철을 타고 동두천역에서 내려 신탄리행 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경원선은 동두천역~소요산역~초성리역~한탄강역~전곡역~연천역~신망리역~대광리역~신탄리역을 운행하고 있다.

전곡역에서 전곡문화체육센터 쪽으로 15분 가량 걸어가면 전곡장이 나온다. 인근에는 한탄강국민관광지와 임진강유원지와 전곡리 선사유적지, 물거미서식지 등 자연친화적 즐길거리가 많다.

 


▲번데기 한 바구니에 3천원. 중국산이라고 이야기하자 손님은 고구마만 사서 간다.


▲유모차에 탄 어린이는 토끼가 신기한 듯 연신 소리를 질렀다. 옆엔 오리와 닭이다.


▲빨간 앵두와 오디, 가지. 5일장에 잔치국수가 빠질리 없다. 멸치국물 맛이 좋다.


▲연천군사회복지실무협의체와 종합자원봉사센터 관계자들이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의 건강을 진단하고 있다.



시장경영지원센터 명예기자 유종규(freedomy@empal.com)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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