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파성이란 이른바 계급사회에서 모든 형태의 사회적 의식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 특징을 정의하는 표현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이론적·방법적 원칙'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주의의 토대-상부구조론에서 정치는 경제적 생산구조를 토대로 작동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론대로라면 우리나라 기왕의 정당들이 그동안 어느 계급계층을 위해 움직였고, 왜 그러한 정당노선을 결정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회민주통일진보세력이 그동안의 전통적인 투쟁조직노선인 단일전선체를 최근 다시 복원하자는 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 민주노동당으로 대변되는 진보정당도 여기에 편입시켜, 민중진보진영의 강력한 ‘정치적 구심’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정당이란 어차피 ‘지배세력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틀거리’라는 인식 때문이다. 대기업노조가 과거 사회민주화 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포기하고 월급올리기 경제투쟁에 매몰된 배경에는 자본의 ‘당근과 채찍’ 전략에 말려들어갔기 때문이라는 논리와도 일맥상통한다.
미국에서는 추구하는 정책에서 차이가 나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주거니 받거니 정권을 교체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미국 기득권층을 더 옹호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를 지배하려는 전략은 도토리 키재기처럼 똑같다. 이슬람주의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지난달 29일 공식 출범했지만, 이스라엘의 동맹국인 미국이 자국 외교관과 사업가 등이 팔레스타인 관리들과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리는 등 시작부터 시련을 겪고 있다. 조직노선을 무장투쟁에서 합법화된 대중정당으로 탈바꿈했으나 국제정세는 더 나빠지고 있다.
새롭고 깨끗한 정치실현, 중산층과 서민이 잘사는 나라구현,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건설, 한반도 평화통일을 4대 정강정책으로 내세우며 지난 2003년 11월1일 민주당과 분당한 열린우리당은, 스스로를 중산층과 서민, 중도개혁세력의 전국적 대변정당임을 자처했다. 2004년 3월12일 야당 국회의원 193명의 찬성으로 가결된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로 열린우리당은 한달 뒤 실시된 4.15 총선에서 원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덕을 봤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그 이후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법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고, 현재는 무슨 색깔의 정당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변질됐다.
지난달 31일 열린우리당 정성호 국회의원이 한국자유총연맹 동두천시지부 고문으로 추대됐다. 정체성과 당파성을 상실한 열린우리당에 몸을 담고 있는 정성호 국회의원이 2년 뒤 총선에서 어떤 색깔로 이미지를 치장할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