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비교적 높은 정당지지율을 앞세우며 낙하산과 지팡이 선거를 치르려고 한다. 정당지지율 때문에 후보자들도 넘쳐나고 있다. 지역에서는 활동경력이 일천한 인물들을 낙하산식으로 공천하려 하고, 이들 또는 아무나 공천만 하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지팡이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 같다. 후보들도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을 공공연히 내뱉고 다닌다. 최근 학연과 지연, 정치적 역학관계를 이용해 ‘공천 장난’이 난무하고 있으니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떠도는 소문을 추적하다보면 머리가 어지러워 구토가 날 지경이다.
한나라당 경기도당은, 공천신청서 접수마감 하루 전인 지난달 2일 이른바 ‘공천자 필승결의대회’를 갖고 이 자리에서 공천확정자로 알려진 의정부 정치인 명단중 93%에 가까운 인물들을 지난달 29일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공천심사위를 구성해 객관타당성 있게 후보자들을 검토하고 공천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내천자로 알려진 이들을 거의 다 공천한 것은 유권자들을 깔보는 오만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지팡이 꽂을테니 너희들은 표나 던지라’는 똥배짱 정치다.
양주시와 동두천시에서 벌어지는 한나라당의 공천행각은 한마디로 코미디에 가깝다. 시의원 공천희망자들을 꼬드겨 도의원에 출마하라고 종용하는가 하면, ‘누구는 공천에서 탈락됐고 누구는 공천을 받게 됐다’는 식의 소문이 아침과 점심, 저녁마다 뒤죽박죽 뒤바뀌고 있다. 조변석개도 이보다 심할 수는 없다. 지역일꾼으로서의 자질에 심각한 의심이 드는 인물들도 거론되고 있으니 일단 6일 공천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공천잡음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속마음이겠지만 지역안배와 한나라당 벨트 운운하며 한 지역구 3석 싹쓸이를 위해 4명의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식의 만용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공천심사위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역주민들과 당원, 후보자들의 반발이 하늘을 찌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높은 정당지지율에 만취해 국민적 신뢰를 깨뜨리지 말고, 정정당당한 공천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깨끗한 선택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표를 먹고 사는 공당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