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로 연극을 한다고?> 친구와 함께, 낯선 언어에 대한 도전으로 창작물 완성하는 경험!
박미향
2023-09-25 12:07:22 입력
제16회 전국 학생 일본어 연극 발표 대회: 일본어 연극 발표 대회를 마친 참가 학생들의 단체사진 촬영.
중·고등학생 청소년들의 일본어 연극 발표의 장... 열기로 가득차다.
“언니, 우리 내년에 또 연극해요.”
“친구에 대한 대본을 쓰고 싶어.”
“또 무대에 오르면 동작을 크게 할 거야”
“연극, 재밌네. 일본어도 재미있고!”
“언니는 중3이니까, 고등학교에서도 연극해요.”
일본어 연극 발표 대회를 마치고 난 박서영, 기민서(솔뫼중 2학년)와 이서현, 정가은(솔뫼중 1학년)의 말에 이하나(솔뫼중 3학년)는 지난 몇 개월의 힘겨움이 떠올라 선뜻 응응이라고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서 배우가 되어 연기를 펼친 자신이 뿌듯하다고 느끼며 대답했다. “난 히라가나, 가타카나도 모르고 시작한 일본어로 연극을 한 우리가 놀라워. 음,.. 나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학생들의 대화는 『제16회 전국 학생 일본어 연극 발표 대회』의 장에서 나눈 이야기다. 이 대회는 지난 9월 16일 (토) 오후1시부터 오후7시까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북아현아트홀에서 열렸다. 총 11개 학교에서 약70여명의 학생이 참가한 이 대회는 한국일본어교육연구회 주관으로 매년 열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연극 발표 대회가 순조롭지 못하였다. 이런 까닭에 조명과 방송용 카메라가 설치된 무대에서 관객과직접 만나는 이번 대회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 열기는 일본문화원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 온라인 방송으로 전해졌다.
일본어연극대회 본선 진출을 알리는 현수막: '솔뫼중 일본어연극동아리'구성원-이서현, 정가은, 기민서, 박서영, 이하나.
대회가 시작하기 전, 주최하는 한국일본어교육연구회와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측에서 「일본어 연극을 통하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교류활동이 한국과 일본을 이어주는 좋은 계기」가 되고자 하는 대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후 예선에 ‘창작콩트·촌극·패러디’등 형식의 제한이 없는 영상물이 접수되었고, 이 작품들은 대본과 연출 등 ‘참가 학생들의 순수 창작물’에 의한 연극이라는 점이 소개되었다.
일본어 연극발표 대회: 본선에서 리허설 중인 '솔뫼중 일본어 연극동아리' 학생들과 작품 '훌륭한 의사 요츠이와 켄'.
8월 8일 예선 마감 일정에 맞추어서 ‘솔뫼중 일본어 연극동아리’ 학생들은 제출 동영상파일(실연 영상파일)을 촬영하기 위해 개인별로 일본어 연습을 하고, 매주 금요일 오후와 주말에 모여서 연극 연습을 했다.
이에 대해 솔뫼중학교 지도교사 권란희(기술교과)선생님은 “5월 초에 연극대회 포스터를 교내에 부착하였을 때, 학원 스케쥴로 참가 신청을 못해 아쉬워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면서 “방과후 시간과 주말에 연습하며 준비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하여서인지 주도적으로 대본을 쓰고 소품을 만들며 연출을 직접하는 경험에 즐거워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사를 외우고 연기하는 힘겨운 과정을 거쳐, 본선에 진출하였기에 학생들이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며 "저 역시, 보건실에서 빌린 주요 소품 힐체어를 의정부에서 서대문구까지 가져왔는데 보탬이 된 것 같아 보람있다.”라고 덧붙였다.
첫 번째로 본선 무대에 오른 팀은 ‘솔뫼중 일본어 연극동아리’이었다. 솔뫼중학교(경기 의정부 시민로) 5명의 여학생으로 구성된 이 팀은 <훌륭한 의사 요츠이와 켄>제목의 연극을 선보였다. 이 동아리 학생들은 환자와 의사 역할을 하면서 진정한 가치(인간애)를 깨닫는 연극 주제를 살리기 위해 집중했다. 만화에서 보았던 일본어 몇 가지만 아는 학생들과 일본어를 배운 적이 없던 학생들이 일본어를 익히고 무대에서의 동선을 고려하면서 관객의 시선이 어떤지, 배우가 어떤 직업인지, 무대 연출과 음향 효과가 왜 필요한지, 눈에 띄지 않던 소품이 왜 중요한지, 협력의 힘이 얼마나 큰지, 주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연의 중요성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며 자신들이 만들고 선택한 창작공연물을 펼치는 삶의 시간에 집중했다.
또 10개 팀의 출전학교 연극들을 직접 관람할 때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중학생으로서 외국어고등학교 일본어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교복 입은 등장인물의 꿈에 손뼉을 치고, 농구공을 가지고 나온 경신고등학교 열연에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이 묘사된 부분에서 가슴 아파하고, 미래에 대한 아버지와의 갈등을 소재로 한 연극을 보는 동안에는 주도적인 생활을 꿈꾸는 청소년으로서 정해진 삶이 아닌 다양한 삶과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 외 무대에서 열연하는 다른 팀들의 모습에서 연극 동작과 발성을 주의 깊게 살폈다.
중학교 3팀의 공연에 이어, 제2외국어로 일본어과가 있는 4개의 외국어고등학교를 비롯해 3개의 일반고등학교와 1개의 특성화 고등학교 총 8팀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들 8팀 중, 고등학교 3개 팀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 초청 방일 프로그램인 ‘JENESYS2023‘으로 8박 9일의 일본 방문 기회가 주어진다. 대상은 수원외국어고등학교 1학년 5명, 2학년 4명 총 9명으로 구성된 일본어 연극동아리(스포트라이트)가 차지했다. 동두천외국어고등학교는 단체 금상과 개인 연기상을 수상했다.
일본어연극발표대회: 작품 '훌륭한 의사 요츠이와 켄'공연을 마친 '솔뫼중 일본어 연극 동아리'.
이윽고 모든 공연이 끝나고 그동안 함께 준비한 동료들과 손을 맞잡고 관객을 향해 인사를 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솔뫼중 일본어 연극 동아리’ 학생들은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대상으로 미리 실전처럼 공연을 했는데도, 본선 무대는 정말 다르네”, “더 잘할 수 있는데”와 같은 아쉬움을 다같이 말했다. 또한 낯선 일본어에 대한 도전이고, 생소한 연극에 대한 도전이었지만 이번 기회로 “교장 신원철 선생님의 격려도 받고, 꽃다발을 들고 1시간40여분을 달려와 응원해주신 부모님이 계셔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학생들은 일본어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이 사실을 아는 학교 친구들은 『일본어로 연극을 한다고? 그게 가능해?』라며 물음표를 던질 때, 일본 도쿄에서 대학교(아오야마 가쿠인, 靑山學院大學)를 졸업하고 10년 살다 오신 유학생 자원봉사 선생님이 오셔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작은 대회이지만 상도 받고,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경험이며 즐거운 추억이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