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공무원으로서 처음 맞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나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가? 나는 문득 2007년 여름을 함께 했던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를 떠올려 본다.
광주에 사는 택시기사 민우(김상경 分)는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끔찍이 아끼는 동생 진우(이준기 分)와 단둘이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진우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간호사 신애(이요원 分)를 마음에 두고 사춘기 소년 같은 구애를 펼치는 그에게는 작은 일상조차 소중하다.
이렇게 소소한 삶을 즐기는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무고한 시민들이 총, 칼로 무장한 시위대 진압군에게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다.
눈앞에서 억울하게 친구, 애인, 가족을 잃은 그들은 퇴역 장교 출신 흥수(안성기 分)를 중심으로 시민군을 결성해 결말을 알 수 없는 열흘간의 사투를 시작하게 되고 자유를 향한 그들의 외침은 끝없는 메아리가 되어 우리의 가슴을 파고 든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지 벌써 2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화려한 휴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간 1980년의 그날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날의 참혹했던 광주를 재현한 장면은 실제로 그 당시를 살아보지 못한 나에게도 크나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간호사, 택시운전사, 학생, 신부, 선생님 등 평범하기 그지없는 광주의 시민들은 억압과 폭력 앞에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던져냈고 훗날 그들의 고귀한 희생은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하였다.
영화를 접한 지 2년의 시간이 지나갔지만 그날의 아픔은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한 자리를 차지하였고, 그들의 희생에 보답하며 살 수 있는 지금의 보훈공무원으로서의 나를 있게 하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5.18의 그날은 다가왔다. 교과서로만 접해 온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소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겠지만 영화 속에서나마 간접적으로 그분들의 고귀한 희생과 역사 속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다면 2009년에 우리가 함께 하는 5.18은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