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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가 왜 이렇게
  2022-11-09 11:35:46 입력

얼마 전 여야 국회의원 18명이 국회에서 ‘필수 의료분야 의사 부족,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토론회를 공동주최하여 의사 수 확대, 병상 수 감축, 중소병원 감축, 해외 의사 도입, 공공 임상 교수제, 의료 지원 인력(PA) 활용, 필수 의료수가 인상, 의료기관 인력 투자 보전 등의 정책 제안이 나왔다고 합니다. 정작 당사자인 의사협회나 병원협회 관계자는 참석시키지 않고 발제와 토론은 누가 했는지, 어느 분야 전문가들이 의료에 관해 현장의견을 배제하고 토론을 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분야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의료분야는 응급의료·외상·암·심뇌혈관 질환·중환자·중증 감염병 분야이고, 임산부·신생아·소아 질환 등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문제 또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의료공백이 발생하는 분야도 모두 필수 의료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 그 문제점과 일어난 사건을 살펴본다면 해결 방향이 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의사 1인당 과도한 업무량(진료와 수술 외에 기록과 설명 의무 등), 의료분쟁 증가로 인한 사회적 갈등, 저수가로 박리다매식 짧은 진료 문화, 공공의료기관 확장으로 인한 민간의료기관의 생존 위협, 생존을 위해 필수 의료를 버리고 비급여 진료에 몰두하는 의료행태, 적자생존의 무한경쟁 속 규모의 경제로 무한 확장하는 대학병원 분원 문제, 대학병원-지역 중소병원-1차 의료기관의 기능 미분화로 인한 의료 전달체계 붕괴와 그로 인한 의료계 갈등,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급격히 늘어나는 노인 의료비 등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많습니다.

2010년 5월 대학병원에서 백혈병 투병 중인 9살 어린이 정종현군에게 정맥으로 주사되어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과 척수강 내로 주사되어야 할 항암제 ‘시타라빈’이 주사되어 사망했습니다. 이후 ‘종현이법’이 제정되어 병원에는 환자안전위원회를 두고 안전 전담 인력을 배치하여 환자 안전사고 정보의 수집·분석 및 관리·공유, 예방 및 재발 방지 보건의료인 교육을 관장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 10월 장 협착과 위 축소 수술을 받았던 가수 신해철씨의 죽음 이후 의료사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신해철법’이라는 법안의 별칭이 붙었습니다. 의료사고로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 의식 불명, 장애등급 1급(자폐성·정신장애 제외) 등의 중대한 피해를 본 경우 의료기관의 동의 없이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분쟁 조정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2017년 12월 대학병원에 있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인큐베이터 내 미숙아 4명이 연이어 심정지가 발생했고, 응급처치를 하였으나 차례로 사망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신생아들의 사인은 사망 전날 맞은 지질영양주사제의 오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추정하였지만 아직 사망원인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감염관리 책임 선상에 있는 의사, 간호사 등 3명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실제 교수 2명이 구속되었으나 최근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올해 뇌지주막하출혈로 서울 초대형병원 간호사가 파열된 뇌동맥류로 개두술이 필요한 상태였으나 병원에는 개두술을 담당하는 교수진이 단 두 명밖에 없었고, 그중 한 명은 외국 학회 참석 중이었고 나머지 한 명도 개인 휴가로 인해 부재 중인 관계로 환자를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하여 수술했으나 끝내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병상이 2,700개가 넘는 국내 최고의 병원에서 뇌지주막하출혈 환자의 개두술을 할 수 없어 다른 대학병원으로 전원한 사건은 우리나라 의료의 부끄러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과거 실적 위주의 박리다매식 진료가 현실에 부딪혀 실제로 중요한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설명에 소홀했었고, 피곤함에 쩔어 판단 미스를 하게 되는 전공의의 연속된 근무 행태로 환자 안전관리에 소홀했습니다.

삭감이라는 무서운 망치(주사제 나눠쓰라는 심평원) 때문에 멸균상태로 유지 못하고 주사하는 감염관리에 소홀했습니다. 수가가 낮고, 일이 과중하며, 의료사고 위험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 소홀하여 소중한 이들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한 순간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지만,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제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방향을 설정하는데 꼭 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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