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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성하의 계절도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분다. 현장은 이른 아침 시간부터 철배근 작업과 기자재 운반, 건설장비 지원을 받아 해당 작업에 열심인 고령 근로자들의 노고를 첫 눈에 느낄 수 있다.
공사현장 안전 지도를 위해 나왔다고 설명하고, 현장 관계자의 안내로 현장 안전실태 확인을 위해 점검업무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안전모,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열심히 작업에만 몰입하고 있는 근로자 모습이다. 위층 상부에서 작업 중이다 보니 낙하물 위험이 산재되어 있고, 공사 자재들은 질서 없이 널브러져 있다.
어지러운 공사현장만큼이나 근로자들의 안전의식도 어지럽게 보여 안전점검자로서 방문한 나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영세한 공사 규모 현장은 안전 난간 및 추락 방지 시설 등 안전시설도 아예 없거나 매우 부실하기 짝이 없다. 안전의식을 되새기게 하는 현수막이나 안전표지판을 잘 부착한 곳도 있지만, 이 현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근로자들이 위험 상황에 그냥 내몰려 있는 듯 보였다.
현장 책임자도 근로자도 안전의식이 미흡하고, 안전실천의 노력은 턱없이 부실함을 절감하게 된다. 사업장 내에는 안전현수막과 개인보호구 착용 안전표지가 부착되어 있지만 실제로 안전모, 안전대 미착용으로 작업 중인 근로자가 적지 않다. 공사현장 안전표지는 장식품이 아니고 지켜야 할 금석맹약이 아닌가 묻고 싶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안전보호구 착용이다. 안전모, 방진마스크, 보안경, 안전조끼(신호수), 안전대(벨트), 안전화를 매뉴얼 대로 착용하는 것이 건설안전의 기본이며 시작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개인보호구 미착용으로 작업에만 몰두하는 근로자, 무더운 날씨에 덥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턱 끈을 푼 채 안전모를 쓰고 작업 중 흡연까지 서슴치 않는 근로자를 종종 보게 된다.
“안전모를 착용하셔야 합니다”라는 질문에 “날이 더워서요. 안전모 쓰면 일을 못해요”라는 대답이 자연스럽게 되돌아오기 일쑤다. 하지만 떨어지는 물체에 안전모 때문에 사고를 예방한 경험 근로자는 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습관화한다. 보호구 지급 및 착용 상태 문의라도 하게 되면 현장 관련자는 어쩔 줄 몰라하는 눈치고, 부랴부랴 안전모를 찾아 쓰기도 한다.
현장에 안전모가 비치되어 있지 않고 비치되어 있더라도 혼자 외로이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이런 모습이 불량 공사현장의 일상적인 모습인 것 같았다. 건설현장의 안전문화 확산은 어디서부터 해답을 찾아야 하나? 불량 공사현장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달랠 수가 없었다.
건설현장의 3대 재해인 추락, 낙하, 전도로 인한 사고는 안전모(안전보호구) 착용을 통해 예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안전모 착용이라는 잠깐의 주의, 기본적 안전 확보 미흡으로 큰 재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것에 소홀했던 것이 너무나 큰 재해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면 건설현장 근로자들은 안전모 착용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 안전 확보 노력을 게을리하고 등한시하는 것이다. 다가올 더 큰 재해의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막상 현실화된 중대재해에 후회하는 것이다. 이미 다가온 중대재해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사고로부터 안전을 배우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사고는 우리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앗아갈 뿐만 아니라 엄청난 고통을 안겨 준다. 본인의 육체적 고통은 물론 가족에게도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 그리고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게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흔히 사고가 난 뒤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일할 때나 생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라고.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근로자들이 보호구 착용이 귀찮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스스로가 일터의 안전을 지키고 재해 없는 현장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불량 건설현장과 대비되는 우수 건설현장도 보았다. 공사장 입구부터 깨끗이 정비된 작업환경을 느낄 수 있었다. 작업현장 곳곳에는 안전이 중요하다는 간판과 문구가 강한 인상을 주며 눈에 들어왔다. ‘잠깐의 실수가 평생 고생을 불러 온다’, ‘아빠의 안전, 가족의 행복’ 등 안전의식을 고취하는 감성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그렇다! 그 어떤 것도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
불량 건설현장과 우수 건설현장의 차이는 무엇일까? 안전에 대한 투자여력 등 많은 차이가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안전의식을 갖고 안전수칙의 준수실천이다. 안전 무감각으로 인해 돌아오는 그 피해와 후유증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사전 예방하는 노력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안전시설·장비 확보, 안전규정 준수 노력 등 사업주의 책임도 중요하지만, 근로자도 스스로 안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전에 대한 상시적 인식과 실천만이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첩경이다. 건설현장에서 안전모 등 개인보호구의 철저한 착용은 작업의 출발이자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불편하더라도 모두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꼭 지켜주어야 한다. 최소한의 안전모, 안전대, 안전보호구 등을 꼭 착용한 후 작업에 임해야 한다. 현장의 모든 근로자가 모두 웃으면서 안전하게 일하고 집에 갈 수 있도록 건설 안전문화가 정착되어 안전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경기도 2021년 노동안전지킴이’ 수행기관인 경기북부노동인권센터(031-859-4847, 070-4543-0349)는 ‘경기북동부권역(가평군, 구리시, 남양주시, 양주시, 의정부시, 포천시)’을 담당하고 있음. 경기북동부권역 중소규모 건설현장과 제조현장 등에 대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상시 점검하고 단속을 통해 산재예방 강화 및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활동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