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로 중학생들이 주최한 촛불 집회!
강추위가 몰아닥친 15일과 16일.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매서운 바람을 참아내며 의정부역 동부광장 차가운 바닥에 앉아 촛불을 하나씩 들고 중3 학생들이 모였다. 이들이 외친 구호는 “내 친구를 어쩔 거냐, 내 후배를 어쩔 거냐”, “우리는 의정부에 남고 싶다”였다.
한 명 한 명 붙들고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들 대부분은 고등학교에 합격한 중3 학생들이었다. 함께 공부한 옆 친구가 의정부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 상황을 알고, 그것이 그 친구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기꺼이 친구를 위해 찬바람을 받아 안고 있는 아이들. 정말 철부지(?) 중학생들이 그 추위 속에서 촛불을 들어야 할 만큼 의정부의 고입 문제는 심각한 것일까?
<경기북부시민신문> 12월8일자 머리기사는 ‘관내 중학생 340명 떠돈다’였다. 그러나 사실은 340명이 아니라 700여명이라야 옳다.
왜? 공부를 못해 의정부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자격도 없는 아이들 400여명이 이미 동두천, 양주 등지로 쫓겨 나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5천400여명의 졸업예정자 중 700여명이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생활 근거지를 벗어나 1시간 이상 걸리는 학교로 통학을 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의정부 중학생 100명 중 13명 정도가 단지 줄을 잘 못 섰거나 공부를 좀 못한다는 이유로 고등학교를 다니며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의정부에 살면서 서울로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들 역시 의정부 고등학교 입시제도 문제 때문이므로-까지 고려한다면 의정부에 살고 있는 중학생의 20% 정도가 고입제도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교육청 쪽의 구상은 ‘고입원서 공동접수’, ‘인근 지역 교육환경 개선을 통한 유입학생 억제’ 등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고입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지금까지의 의혹을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는 진일보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고입원서 공동접수’는 단지 미달과 초과를 원서접수 현장에서 좀 조정해 보자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올해 공동접수를 했다면? 효자고에 지나치게 넘쳤던 인원이 미달된 학교에 분산되었을 테고, 각 학교에서 비슷하게 탈락한 학생이 나오는 정도의 효과(?) 이외에는 없었을 것이다. 전체 탈락자 수는 100여명 정도 줄었겠지만, 그 인원은 현재도 추가모집으로 가는 인원이다. 그러니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볼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의정부 인근 지역의 고등학교 교육환경을 개선하면 의정부로 유입되는 학생수를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는 것 같다.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 현재 의정부 인근 지역의 중학생들이 의정부 학교의 시설이 좋아서 의정부로 나오고 있는가? 아니다. 그 아이들은 소위 명문고에 가기 위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왜? 거기에 가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적어도 가능성이 커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사실은 이 학생들도 본인은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제도의 희생자다. 중학교에서 특별한 관심과 기대를 받았던 이 학생들 대부분은 어느 순간 그저 그런 학생이 되었다가 경우에 따라선 문제아가 되기도 한다. 결국 문제는 명문고 선호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이것을 풀어나갈 방법은 하루 속히 고교 평준화를 실시하는 것이다.
2007년 고입지원 진행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여름 방학 때부터 교육청은 수시로 교감, 학년부장 회의를 개최하여 성적이 안 되는 학생들을 빨리 설득하여 양주, 포천, 남양주 어디건 보내라고 난리를 피울 것이다. 학생과 부모는 외지로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것이고, 담임 선생님들은 또 이리 쏠리고 저리 몰리고 야단이겠지. 거기에 ‘고입원서 공동접수’ 창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쟁률 낮은 곳으로 우르르 우르르 모여들겠지. 이것이 소위 ‘학교 선택권’이란다.
언제까지 잘못된 고입제도로 학부모를, 학생을, 교사를 농락하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