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간 미군기지가 주둔하면서 ‘양색시’ ‘기지촌’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닌 동두천시. 특히 미군이 저지른 숱한 강간, 살인 등 강력범죄 등의 피해를 입은 한국민은 미군을 ‘양키’라 비하하며 ‘양키 고 홈’을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주한미군의 급격한 감소로 동두천에서는 이른바 ‘양색시’를 찾아볼 수 없으며, 동두천을 포함한 경기북부지역의 개발이 확대되면서 과거 기지촌이란 이미지가 사라져 가고 있다.
시대 흐름이 이런대도 동두천시는 지난 12월14일, 수십년간 미군부대를 통해 흘러나오는 미군전용품 등을 팔아 일명 ‘양키시장’이라 불리던 애신시장 입구에 ‘양키시장’이라고 못박은 대형 조형물을 세워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동두천시의회, 시장 상인(18곳)들과 논의를 거쳐 예산 2천여만원을 들여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마쳤다.
이에 대해 한 시의원은 ‘과거의 역사도 역사’라며 “왜 동두천이 기지촌인 것을 숨겨야 하느냐? 우리 시의 현실을 알려야 하며, 양키라는 단어는 미군을 비하하는 단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어사전이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양키[Yankee]’는 ‘미국인을 얕잡아 이르는 말’ 등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두천시와 동두천시의회 등이 뜻도 의미도 제대로 모른 채 ‘양키시장’이란 별칭을 사실상 공식 명칭으로 둔갑시킨 것은 시민들의 동두천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짓밟는 처신이라는 지적이다.
보산동에 사는 이모씨는 “우리가 양키란 말을 미군을 비하하는 말로 여지껏 사용해 왔는데 그 이름이 알려졌다고 해서 시장 이름을 양키시장으로 쓴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연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씨도 “양키시장이란 간판을 걸자고 하는 시나 시의회의 발상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고, 여기가 기지촌이라고 역설하는 꼴”이라며 “차라리 조형물을 세우지 말았어야 했다”고 예산낭비에 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