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인격의 그릇이며, 뇌리 뒷면에 숨은 무의식의 반영이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라던 어느 영화 대사가 오버랩된 것은 나뿐일까? 글을 쓰고 제목을 짓기 전에 단 3초만 헤아렸어도 피했을 비유를 강행한 그 용감함에 우선 찬사를 보낸다. 왜? 아무나 못할 테니까.
‘파블로프의 개를 아십니까?’라는 홍석우 전 경기도의원의 기고문 제목을 본 순간, 본문을 읽기 전에 이미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종소리에 침을 흘리는 개’라는 첫 문장은 비참함과 수치심이라는 칼날이 되어 심장에 쑤셔 박혔다. 왜? 내가 바로 그 굶주린 개니까.
공짜가 좋아서가 아니라, 공복(텅 빈 뱃속)이 힘들어서! 10만원이 사무치게 절실한 절대 다수 국민들을 단박에 ‘침 흘리는 개’로 만들어 버린 그 절륜한 표현력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들의 몫으로 남긴다. 각설하고!
2021년 2월의 대한민국은 보편복지냐? 선별복지냐? 라는 한가로운 백분토론 상황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응급처치가 당장 필요한 절체절명의 칼날 위에 서 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는 선별복지론의 푹 삭은 논거가 통할 평시가 아니란 말이다. 그럼 왜 전시냐고?
그 끝을 장담 못할 코로나 시국은 이미 소외계층과 서민들을 짓밟은 채로 중산층까지 때리는 중이다. 건물 지하실과 1층이 무너지면 2층과 3층도, 꼭대기의 펜트하우스도 죄다 주저앉는다.
대한민국은 각 계층이 따로 사는 섬들의 집합이 아니다. 촘촘한 거미줄마냥 겹겹이 상호의존으로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가 우리 경제이며, 그 살아있는 유기체 일부에 대한 핀셋 처방으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몸 전체를 순환하는 혈관에의 긴급 수혈이 필요한 지금은 바로 전시상황이다.
전 국민 대상 1차 지급 결과로 드러난 소비 견인효과는 경기도의 경우 1.85배에 달한다. 부자 증세를 목숨 걸고 반대하는 소수 기득권층의 상투적 반박 무기는 “부자가 돈을 써야 경제가 돈다”는 명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게 사실임을 증명한 것은 빈부를 가리지 않은 보편적 재난기본소득 지급이다. 그 돈을 기부한 사람들보다는 명품 카드 값 할부이자로 소비한 부자들이 더 많았을 테니 말이다.
복지는 ‘처방’이면서 동시에 ‘예방’이다. 지금은 우리 경제 전체의 붕괴를 막아야 할, 처방과 예방이 함께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오늘을 살아야 한다. 오늘 숨이 붙어 있어야 내일 뜨는 해를 구경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10만원은 큰 돈이다. 오늘 저녁에는 얼마 전 실직한 흙수저 친구 녀석을 소주 한 잔으로 달래줘야겠다. 든든한 한 끼 저녁 값은 삼겹살집 사장님 딸내미 등록금에 조금이나마 보태지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