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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에 부쳐
최종진 경기도노동안전지킴이(경기북부노동인권센터)
  2021-01-25 17:45:27 입력

연일 혹한의 강추위와 코로나 상황으로 몸과 마음이 움추러드는 지금 이 시간, 국회 안에서는 벌써 20여일 넘도록 단식투쟁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식을 잃은 고 김용균 어머니와 이한빛 피디 아버지. 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한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다. 이번에 제대로 된 기업처벌법을 만들자는 의지는 국회 담장 밖에서도 동조단식, 기자회견, 성명서 등으로 제정 요구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처음부터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던 모습을 보였던 국회도 10만 청원 압박과 유가족들의 단식투쟁 등으로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고, 뒤늦게나마 임시국회 회기 내 제정을 위해 노력하는 듯하다. 하지만 정의당이 당초 제출한 법안 내용보다 크게 후퇴한 정부안의 요구에 노동진영을 비롯한 많은 단위에서는 실망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편, 사용자단체 등의 제정 반대 요구도 상당하다.

대체 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해야 하는가? 한 마디로 축약하면 하루에 7~8명이 죽어가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자는 것이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산업재해 사고를 줄이는데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추가로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법 제정 요구의 배경을 살펴보자. 최근 사고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수년 전 구의역 김군, 김용균 등 하청노동자들의 연이은 참혹한 죽음 앞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위험한 일을 하청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소위 ‘위험의 외주화’ 반대는 생명과 안전에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당위로 사회적 공감으로 자리매김되었다.

따라서 도급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고 하도급을 줄이자는 취지로 2020년 1월 소위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 큰 폭으로 개정되었다. 당시에도 책임의 정도와 처벌의 수위가 쟁점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과는 괴리가 크다.

법 개정 이후인 지금도 모두가 일다시피 사망자 등 산재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되지 않으니까 기업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자는 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임기 내 산재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말을 수없이 해왔다. 인력과 재정을 확대하는 등 관련된 정책 의지도 여러 번 피력했다.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사고사망 노동자는 2019년보다 오히려 많은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4월 이천의 냉동창고 대참사를 보면서 2020년은 전년도(2019년)보다 많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었다. 그 이유는 이천 사고가 대형참사라 숫자가 증가할 이유도 있지만, 반복되는 사고는 솜방망이 처벌, 법적 한계, 안전관리 책임자의 자세와 관행 등에 기인한 점이 가장 크다는 사실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정부의 책무와 사업주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많은 금지 규정이 있지만, 시행령인 예외 규정으로 비켜갈 수 있도록 단서를 달고 있다. 예를 들면, 산업안전보건법 58조 1항에서는 ‘유해한 작업의 도급금지’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예외를 두어 ‘일시 간헐적인 이유, 기업에서 필수 불가결한 경우’를 들어 도급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터 주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여 산업재해를 줄이는 목적인 산업안전보건법도 여러 문제점과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자는 이유기도 하다.

지면상 더 이상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하지만 건설현장의 노동안전을 실천하는 노동안전지킴이로서 꼭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 50인 이하, 5인 이하 사업장, 건설업의 경우 공사비 금액 50억원 미만은 여전히 노동법의 영역 전반에서 하한선 내지 적용시기 유예 등 차별문제다.

실제로 재해사고 발생의 압도적 비율은 50억원 미만 현장이다. 지금도 50인 이하, 5인 이하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예외 적용을 많이 받고 있다. 이러니 당연히 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취지임을 감안 할 때 여전히 적용시기가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속상하다.

법은 시대의 산물이라고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요구의 배경과 취지를 담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는 법 제정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 마디 한다. 제대로 된 법을 제정하라. 인간은 평등하다.

2021-01-25 17:49:18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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