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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노송동에는 천사마을이 있습니다. 2000년부터 19년째 얼굴 없는 천사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남몰래 놓고 가는 성금(2020년 11월13일 현재 누적금액 6억6,950만4,170원) 때문에 잘 알려진 마을입니다.
그를 기리는 비석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써 있습니다.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천사마을의 수많은 벽화 중에 ‘산다는 건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란 말이 기부의 정신을 가장 또렷히 드러내는 것 같아 가슴에 아로새겨집니다. ‘기부’라는 뜻의 donation에는 ‘실행하다’라는 뜻의 do가 들어있음도 또 한 번 마음 속에 부조시켜봅니다.
천사마을에는 얼마전 종영한 sbs 드라마 ‘앨리스’에서 김희선과 주원이 모자로 나와 같이 살던 집이 있습니다.
노송동 천사마을 앞에는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의 시인 신석정(1907~1974)의 고가가 있습니다. 일제의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5.16 군사쿠데타를 비판한 시 ‘무명에의 항변’을 쓴 부안 출신의 신석정 시인은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촛불 같은 사람입니다.
고가의 호랑가시나무, 팔손이, 산수유, 익은 감들이 서로 오랜 벗처럼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의 어둠이 걷히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천사마을에서 멀지 않은 덕진공원 안에는 동학혁명의 주역인 김개남 장군의 추모비가 있습니다. 학정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도탄에서 건져내기 위해 목숨을 바친 또 하나의 촛불입니다.
전주역 앞에서는 ‘전주세계소리축제’(11.1~19)가 비대면으로 열렸습니다. 마침 현악 4중주단인 공감클래식컴퍼니의 ‘슈베르트 세레나데’가 연주되고 있어 넋 놓고 들었습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선율이 온 몸의 혈관을 타고 흘렀습니다.
이웃의 아픔과 시대의 어둠을 거두어 주는 것이 진정한 촛불의 힘입니다. 작은 촛불(candle)이 모이면 큰 어둠을 몰아내는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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